엷은 회색의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바쁘게 살랑거렸다. 아카아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사랑스러운 색만큼이나 촉감도 부드러웠다. 스가와라는 멍하니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아카아시를 보고 작게 웃었다. 버터와 달걀노른자와 슈가파우더, 박력분이 섞인 진득한 반죽 소리가 벌써 달콤했다. “케이지, 자꾸 귀찮게 굴면 안 만들어 줄 거야...
-꽃비님(@flowerrain_suga)님과 풀었던 썰 기반 -엠프렉 요소 주의 일상이 서서히 무너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저를 보면 자연히 떠오르던 미소 대신 불안으로 흔들리던 붉은 눈가를 봤을 때? 따뜻하고 포근하던 대화 대신 아슬아슬한 살얼음 같은 침묵이 이어졌을 때? 하얀 품을 열어 저를 반겨주는 대신 그림자가 진 뒷모습을 보였을 때? 시발점이 언제...
1. [아카스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저는 땅을 보고 걷는 버릇이 있어 하늘을 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어렸을 적엔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러져가는 비행운을 구경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지나가다 친구들이 찍어다 준 사진이나 보고 말았지요. 제가 올려다 보지 못한 하늘은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액정에 있었습니다. 아, 사진은 참으로 예뻤습니다. 제가...
*비밀( http://posty.pe/v2w4l8 ) 스가와라 외전 - “미안, 스가와라. 역시 안 되겠어.”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보다,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래, 역시 안 되는구나.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처음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날에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는데.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내가 울어버리지 않을까...
- 1. 다시 일기장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남에게 함부로 말 못할 비밀이 생겼다는 이야기겠지요. 원체 남에게 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편이지만 어딘가 말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이내 멎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 온전히 일기장만이 이 비밀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속에 쌓였던 것들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글자로 꺼내두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 ...
*엠프렉 주의 - 답장은 실망스러웠다. 죄송하지만 부탁은 들어드리기 힘들겠습니다. 저에게 차슈동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어서, 가게에 잘 안 가거든요. 부탁을 들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배우자분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아카아시는 의외면서도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창을 내려 껐다. 직원들은 드물게 딱딱해진 아카아시의 표정에 한껏 긴장했다. 퇴...
*유월의 고백( http://posty.pe/ag6ik8 )에서 이어집니다. - 안녕. 안녕, 케이지. 평소보다 더 무겁게 펜 끝에 감기는 말이었다. 따라 읽으면 평소보다 더 심오하게 들리기도 했다. 아침 인사보다는 진중하고 저녁 인사보다는 가벼워야 하는 말은 첫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네 편지는 잘 읽었어.’ 혹은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로 첫 운을...
-[아카스가] 5월 2일( http://posty.pe/2lq9rl )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 코우시에게. 안녕, 오늘은 유월 십삼일이에요.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면,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의 생일이에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아니고 처음 사귀기 시작한 날도 아니에요. 국가적 기념일도 아니고, 몇 주년이나 몇 백일 같은 우리만의 기념일도 아니에요. 별처럼...
*엠프렉 주의 - 아카아시의 사랑과 노력에 감동이라도 했는지 스가와라는 타코야끼를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음식이 많아졌다. 아직도 불쾌함을 예민하게 느끼기는 하지만 심하게 구역질이 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언젠가 후쿠오카의 경양식 식당에서 미간을 찌푸리던 딱 그 정도의 불쾌함이 최대였다. 그러니까, 아예 밥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에도 스가와라는 살이...
*엠프렉 주의 - 아카아시가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길거리에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한밤중이었다. 어둑한 거리에서 유일하게 불이 훤히 켜진 집이 있었다. 아카아시는 그 집이 자신과 스가와라의 집이라 확신했다. 아카아시의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면 스가와라는 온 방에 불을 켜 두었다. 불 꺼진 집은 쓸쓸하잖아. 기다리는 나도, 들어오는 너도. 그렇게 말하는 스가...
케이지에게. 안녕, 오늘은 오월 이일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냐면, 아무 날도 아니야.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아니고 처음 사귀기 시작한 날도 아니야. 국가적 기념일도 아니고, 몇 주년이나 몇백 일 같은 우리만의 기념일도 아니야. 오다이바의 화려한 대관람차 안에서 고즈넉한 바다를 보며 첫 키스한 날도 아니고. 방향제 냄새가 나는 모텔 침대에서 원 없이 ...
*엠프렉 주의 -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사무실에는 무료함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애꿎은 펜을 휘휘 돌리며 공상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제 일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벌써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직무에 열중하는 척 연기하느라 아무런 말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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